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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인간의 힘으로 끌 수 없는 불꽃

by 도움이 되는 자기 202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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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 노랭이 밥을 주고..

오랜만에 뒷 산을 좀 걷다가 공원을 통과해 돌아오는 길이다.

 

문득.. 저기 멀리서 보이는 꽃 한 송이 때문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20240822

 

조경의 잔혹함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자연의 전쟁. (tistory.com)

 

조경의 잔혹함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자연의 전쟁.

공원에 아주 자주(매일) 다니지 않으면 못 볼지도 모른다... 가끔 공원에 나갈 뿐이라면..정원의 아름답고,시원하게, 깔끔하게 정돈된..정원수들의 아픔을 결코 이해할 수 없으리라. 나는,점심

selfst.tistory.com

어제 발행한 글이지만 8월 6일에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에 보면, 꽃도 잡초도 잔디도 모조리 잘려나갔다.

 

겨우 보름이 지났는데..

그 인종청소(genocide) 같은, 잔혹한 elimination의 현장에서 외롭게 피어난.. 꽃 한 송이.

 

20240822

 

상사화(相思花)라고 한다.

 

20240822 상사화(相思花) 학명은 Lycoris squamigera이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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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相思花)는 수선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Lycoris squamigera이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꽃과 잎이 다른 시기에 피어 만날 수 없는 연인에 빗대어 표현된다. 원산지는 한국. 주로 제주도를 포함한 중부 이남 지역에 분포한다. 상사화에서 비롯된 다른 품종도 한반도 등의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경우가 많다.
물이 잘 빠지고 부엽질이 많은 양지나 반그늘에서 자란다. 크기는 60cm 가량이다. 2~3월 경에 연녹색의 잎이 올라왔다가 꽃대가 올라오기 전인 6~7월 경에 없어진다. 뒤이어 꽃대가 올라오고 8~9월 경에 꽃이 핀다. 생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꽃과 잎은 절대 만나지 못한다. 열매를 맺지 못해 알뿌리로 번식한다. [출처:상사화- 위키, 나무위키]

 

문득.. 맥락이 좀 다르지만..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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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1]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전쟁, 화마에서 살아남은 어린 생명들도..

1951년 6월 9일 촬영된 이 사진은 고양시 인근 행주에 정체된 M-26 탱크를 지나 아이를 업고 걸어가는 한 어린 소녀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모든 것이 사라진 듯 해도..

희망은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돌아선 내 눈엔..

이미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화단이 보인다.

20240822

자세히 보니... 모든 화단이 마찬가지였다.

20240822

 

부지런히 피어오르는, 작은 초록의 새싹들을 보며..

인간은. .결코 저 초록의 불꽃을 끌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꾸로, ..환경오염, 자연재해, 인류종말 등의 두려움이 가득하지만..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가능성과 잠재력, 희망을 믿어 볼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인간도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