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노랭이 밥을 주고..
오랜만에 뒷 산을 좀 걷다가 공원을 통과해 돌아오는 길이다.
문득.. 저기 멀리서 보이는 꽃 한 송이 때문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조경의 잔혹함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자연의 전쟁. (tistory.com)
어제 발행한 글이지만 8월 6일에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에 보면, 꽃도 잡초도 잔디도 모조리 잘려나갔다.
겨우 보름이 지났는데..
그 인종청소(genocide) 같은, 잔혹한 elimination의 현장에서 외롭게 피어난.. 꽃 한 송이.
상사화(相思花)라고 한다.
상사화(相思花)는 수선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Lycoris squamigera이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꽃과 잎이 다른 시기에 피어 만날 수 없는 연인에 빗대어 표현된다. 원산지는 한국. 주로 제주도를 포함한 중부 이남 지역에 분포한다. 상사화에서 비롯된 다른 품종도 한반도 등의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경우가 많다.
물이 잘 빠지고 부엽질이 많은 양지나 반그늘에서 자란다. 크기는 60cm 가량이다. 2~3월 경에 연녹색의 잎이 올라왔다가 꽃대가 올라오기 전인 6~7월 경에 없어진다. 뒤이어 꽃대가 올라오고 8~9월 경에 꽃이 핀다. 생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꽃과 잎은 절대 만나지 못한다. 열매를 맺지 못해 알뿌리로 번식한다. [출처:상사화- 위키, 나무위키]
문득.. 맥락이 좀 다르지만..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생각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1]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전쟁, 화마에서 살아남은 어린 생명들도..
모든 것이 사라진 듯 해도..
희망은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돌아선 내 눈엔..
이미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화단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모든 화단이 마찬가지였다.
부지런히 피어오르는, 작은 초록의 새싹들을 보며..
인간은. .결코 저 초록의 불꽃을 끌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꾸로, ..환경오염, 자연재해, 인류종말 등의 두려움이 가득하지만..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가능성과 잠재력, 희망을 믿어 볼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인간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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