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니는 우산을 꺼내기 싫어서, 그냥 조금 젖으면서 걸었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누군가가 의자에 우산을 올려둬서.. 한쪽이 물로 흥건하다.
아침마다 만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그들 모두 선하고 좋은 사람들인 듯하다.(담배 피우는 중학생, 고등학생 몇 빼고)
내가 아는 그들 모두는, 비가 오는날 자신의 우산을 자기의 발치에 내려놓는다.
나와 함께,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을 때는.. 분명 그리하였다.
하지만.. 좀더 이른 시각.. 아무도 없는 벤치에 홀로 앉은 경우라면?
그들 중 누군가는 남들과 있을 때와는 다르게 행동했던 거다.
(뭐.. 명탐정 코난이 되겠단 이야기는 아니고...).
.
문득.. 25년도 더 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난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여는 글 인격
위기에 처한 자질들을 보존하는 것
1장 용기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
2장 자기 통제력
즐거움을 유보하고 성공을 달성하는 것
3장 비전
현상 너머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
4장 인내
포기의 순간을 넘기는 것
5장 온유한 사랑
남의 처지에 서 보는 것
6장 엄한 사랑
친밀한 관계에서 진리를 지켜 나가는 것
7장 희생적인 사랑
끊임없이 주는 것
8장 파격적인 사랑
적대감의 연쇄 고리를 끊는 것
맺는 글
그리스도의 인격
내가 산 책은 초판이라서 커버도 다르다. 종교적인 색채도 덜했다... 창고 어딘가의 박스 안에 있을 것이다.
당시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어서.. 기독교 서적인 IVP 책도 몇 권 사서 읽어봤다..
기억하기론.. 너무 종교적이어서, 다 읽진 못했던것 같다.
기억도 못하는 책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
처음, 내가 이 책의 제목에서 영감을 받아서 책을 주문했던.. 그 심정을 이번에 다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논어> , <예기> 또는 <대학>, <중용>에는.. 신(愼) 이 나온다.
<논어>에서의 愼의 쓰임과, <예기>에서의 愼의 쓰임은 (뉘앙스에서) 조금 다르고.. 오늘날 널리 알려지기로는...
주로 ..신독 (愼獨) 이란 단어로 쓰인다.
'신독愼獨'이란,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것을 말한다. 남이 볼까 두려워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남이 안 볼 때도 버리지 않는 것, 이런 경지에 오른 상태가 바로 ‘신독(愼獨)’이다.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즉 혼자 있을 때 스스로 삼간다는 뜻이다. 유학에서 말하는 개인 수양(修身)의 최고 단계다. 즉.. '예禮'를 지키는 최고의 바른(궁극) 형태이다.
<중용>에서는. 中庸章句에서..
01-02道也者不可須臾離也可離非道也是故君子戒愼乎其所不睹恐懼乎其所不聞
도라는 것은 잠깐이라도 떨어져서는 안 되니 떨어질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 이러므로 군자는 자기가 보지 못하는 것을 경계하고 조심하며, 자기가 듣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겁낸다.
01-03莫見乎隱幕顯乎微故君子愼其獨也
숨겨진 것보다 잘 드러나는 것은 없으며, 미세한 것보다 잘 나타나는 것은 없으니,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를 조심한다.
<대학>에서는
06-01 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 故 君子 必愼其獨也
이른바 그 뜻을 참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않은 것이니,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 같이하며, 미인을 좋아하는 것 같이하는 것, 이것을 일러 스스로 만족한다함이니,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혼자 있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06-02 小人閒居 爲不善 無所不至 見君子而后 厭然揜其不善 而著其善 人之視己 如見其肺肝 然則何益矣 此謂 誠於中 形於外 故 君子 必愼其獨也
소인이 한가하게 있음에 착하지 않은 행동(과 생각)을 하며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가(어떤 나쁜 짓도 한다.) 군자를 본 이후에 그 착하지 않은 것을 슬며시 가리고, 그 착한 것을 드러내니, 남이 자기를 보는 것이 자기의 허파와 간(속마음)을 보는 것과 같으니, 그러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것을 일러 ‘마음을 참되게 하면 밖에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혼자 있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10-04 詩云 節彼南山 維石巖巖 赫赫師尹 民具爾瞻 有國者(~= 君子) 不可以不愼 辟則爲天下僇矣
<시경>에 이르기를 “우뚝솟은 저 남산이여, 바위가 높이 쌓였구나. 빛난다 師尹 이여, 백성들이 모두 당신을 우러러 보네.” 하였으니,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君子에 해당)은 삼가지 않으면 안된다. 치우치면 천하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10-06 是故 君子 先愼乎德 有德 此有人 有人 此有土 有土 此有財 有財 此有用
그러므로 군자는 먼저 덕을 신중히 하니 덕이 있으면 이에 백성이 있고 백성이 있으면 이에 국토가 있고 국토가 있으면 이에 재물이 있고 재물이 있으면 이에 쓸 데가 있다.
<논어>에서는....
<爲政第二>18 子張學干祿.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
자장이 출세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많은 것을 듣되 의심스러운 부분은 빼놓고 그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말하면 허물이 적다. 또한 많은 것을 보되 위태로운 것을 빼놓고 그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행하면 후회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출세는 자연히 이루어진다.”
<述而第七>12 子之所愼, 齊, 戰, 疾. => <學而> 편에서.. 제례, 말하기의 신중함이 언급된다.
공자께서 신중히 하신 일은 재계와 전쟁과 질병이다.
<泰伯第八>02 子曰, “恭而無禮則勞, 愼而無禮則葸, 勇而無禮則亂, 直而無禮則絞. 君子篤於親, 則民興於仁, 故舊不遺, 則民不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공손하면서도 예(禮)가 없으면 수고롭기만 하고, 신중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두려움을 갖게 된다. 용감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질서를 어지럽히게 되고, 정직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박절하게 된다. 군자가 친족들을 잘 돌봐 주면 백성들 사이에서는 인(仁)한 기풍이 일어나며, 옛 친구를 버리지 않으면 백성들이 각박해지지 않는다.”
공자님께서는..
<논어>에서 주로..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하라고 강조하시면서..
단지 신중하기만 하고.. 정해진 분별(형식, 예禮)이 없다면.. 두려움을 갖고.. 소극적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셨다.
결국.. 신중하기 위해서라도.. 禮를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이러한, 예禮라고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다.
(물론, 2천 년 전의 예법, <예기>에 나열된 것들을 따르자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하는 이런저런 관행들은 <예기>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 꽤 많다. 내가 말하는 예禮란, '일상적 삶의 방법'이다.)
문제는.. 이런 예禮같은 상식, 삶의 기본(방법)을 가르쳐야 할 의무교육은....
쓸데없이 길기만 하면서도, 그 본분을 못하고 단지,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 과정쯤으로만 여겨지고 있기에..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정답은 너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부처님이 말하신.. 8 정도(八正道, Noble Eightfold Path)가 정답이다.
정견(正見): 바르게 보기, 정사유(正思惟) · 정사(正思): 바르게 생각하기 , 정어(正語): 바르게 말하기 , 정업(正業): 바르게 행동하기 , 정명(正命): 바르게 생활하기 , 정정진(正精進) · 정근(正勤): 바르게 정진하기 , 정념(正念): 바르게 깨어 있기 , 정정(正定): 바르게 삼매(집중)하기..
..
이것이.. 온전한 예禮의 형태이다.
시공간적, 문화적인 상황에 따라서.. 그에 걸맞는 바름 正이란.. 그 껍질(형식)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른들의 훈계, 잔소리를 띠껍게만 듣지 말고..
온고이지신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삶에서 새겨듣고, 살려야 할 것들은.. 챙겨서.. 자기 것으로 만들도록 하자.
찐따들, 꼰대들의 이야기가 듣기 싫다면... 좋은 책들이 많다.
말과 듣기, 행동, 태도, 등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올바른 正 禮를 정립하고.. 습관화해서.. 자기 내면의 일부로 만들어 가야겠다.
요컨대..
아무도 보지 않는,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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