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마가 시작할 무렵에..
바람도 너무 거세어서.. 블루베리를 대부분 다 수확하고, 새 방지용 그물까지 해체했다.
그리고, 블루베리에 대해 신경을 끄고 있었다.
오늘 오전 중에 비가 멎었을 때,
오죠사마께서 몇개 남아있던 블루베리를 따다가 내 손에 넘겨주신다.
알이 제법 굵었다.
한 입에 털어 넣고 먹었다.
"아~휴.~.. 너무.. 셔~!!"
알이 커서 기대했건만, 그냥 건강한 신맛만 잔뜩 있고 단맛이 없었다.
역시,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 마련인가 보다.
문득...
힌두교에서 말하는.. 인생의 시기(때), 아쉬라마(Ashrama, 아슈라마)가 생각난다.
인도의 후기 베다 시대에는 인생을 4단계로 나누는 사상(가르침), 아쉬(슈)라마 (Ashrama, Āśrama )가 자리 잡았다.
아르타(Artha)라고 부르는 현실적인 가치들을 확보한 뒤에야.. 온전한 다음의 아쉬라마(Ashrama)의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고 보는 가르침이다. 그런 모든 단계의 끝에서 진정하고 온전한 다르마(Dharma)를 획득하여, 최종 단계인 해탈(탈출, 완전한 자유)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가르친다.
아쉬라마(Ashrama)는 인생을 길게 100년으로 보았을 때 25년씩 4개의 단계로 나눈다. 그 4주기는 ①학생시기=범행기(梵行期, brahmacarya), ②사회생활(결혼) 기간=가주기(家住期, grhasthya), ③출가시기=임서기(林棲期, vānaprastha), ④탈속시기=유행기(遊行期, Sannyasa)다.
이 4개의 분류된 각 시기별로.. 추구하고 완성해야 하는 가치, 4가지 덕목들이 있는데.. 푸르사르타(Purushartha)라고 한다.
1. 아르타(Artha)는 물질, 권력, 지위 등의 성취를 의미하는 덕목이다.
2. 카마(Kama)는 육체적 물질적 쾌락과 환희, 성적욕구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카마수트라'는.. 이를 위한 경전(sutura)이다.
3. 다르마(Dharma)는 우주의 근본질서이며 인간이 따라야 할 윤리적 규범이다. --> 불교의 3 법인三法印의 法이 '다르마'다.
4. 모크샤(Moksha)는 윤회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해탈의 경지로, 인생 덕목 중 으뜸가는 목표이자 구원의 단계다. 주로 아슈라마 4번째 단계에서 이뤄야 한다. (** 해탈과 열반(nirvana)에 대해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열반을 해탈과 함께 많이 사용하고, 힌두교에서는 해탈을 주된 의미로써 사용한다.)
아르타, 카마, 다르마는.. 어린 시절의 학생기에는.. 그런 개념과 기술을 배워서 아는 데 목표를 두고..
25-50세의 가주기엔.. 사회생활, 직장생활, 결혼생활 등을 수행하면서.. 아르타, 카마라는 현실적인 가치들을 실제로 행동해서 확보하는 시기다. 쉽게 말해서, 돈 벌고, 기반을 쌓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50세 이후론, 말하자면 은퇴하여.. 그동안의 덕목을 쌓으면서 실질적으로 알게 된 지식과 지혜를 토대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칼 융의 '인생의 4단계'와 닮았다.
(물론 동양에 관심 많은 칼 융이 따라한 것이겠다)
어떤 사람들은 "사분의 일의 위기"나 "중년"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가 인생에서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의합니다. 저는 인생에 목적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표는 확실히 있지만, 종종 이전과 같은 장소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제가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의 인생의 4단계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가 설명했듯이, 이 단계들은 우리가 사람으로서 누구인지와 동기를 부여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나이 또는 성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우리는 종종 이 단계에서 앞뒤로 움직입니다. 융이 말했듯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채로 우리는 인생의 오후로 발을 내딛습니다. 더 나쁜 것은, 우리는 우리의 진실과 이상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이 단계를 내딛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오후를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따라 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침에 위대했던 것이 저녁에는 별로 없게 될 것이고, 아침에 진실이었던 것이 저녁에는 거짓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칼 융에 따르면 인생의 4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https://awaken.com/2024/02/the-four-stages-of-life-according-to-carl-jung/]
칼 융은 운동선수단계(the Athlete)- 전사단계(the Warrior)-진술단계(the Statement) -영적단계(the Spirit)의 4단계로 나뉜다.
힌두교의 아슈라마처럼.. 반드시 그리 따르도록 규정된.. 사회가 아닌.. 서구 사회에서 자연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한 것이라서.. 그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의미하는 바는 똑같다.
마치 성리학(그냥 물리학의 범주로 생각하는 것이 나을 듯), 주자학 보단.. 원저인 논어, 예기가 더 깔끔하고 실천하기 좋고..
아주 체계화되고 복잡한 후기 불교보단, 부처님의 원저인 원시불교가 더 간결하고 실천하기 좋듯이..
칼융의 이야기보단.. 힌두교의 아슈라마를 그대로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 더 나은 듯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런 삶이 있다'(라는 정보)를 안다는 기쁨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단 한 번뿐인 우리 삶에서 정해진 시기에서 이뤄야 할 덕목, 회득해야 할 가치들을 분명히 인식하고 유념하는 틀(이정표)이 되고..
이에 따라서, 목적과 동기 부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저절로 행동하는 삶이 뒤따르기 마련이기에.
..
따야 할 때에는..
(충분히) 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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