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저녁에 마당에서 일을 하고 돌아서는데,
잔디밭에서 검은 것이 움직인다.
커다랗고, 검은 것..
해가 산으로 넘어간 저녁이라서,
바퀴벌레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 크다.
자세히 보니 암컷 사슴벌레였다.
어제 인터넷으로 찾아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텐데..
작은 턱, 작은 몸..
문득 어제 방생한 수컷이 생각났다.
그녀는 그 수컷을 찾아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니, 좀 애틋하게 여겨져서..
집안일을 마치고, 공원에 데려다주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바퀴벌레랑 비슷하게 생겨서 비호감이었지만..
작은 상자에 담아서 같이 공원길을 걷노라니..
이 작은 미물도 지아비를 따라나선 것이 아닌가?
남편이 걱정되어 찾으러 온 것일까?
이 둘은 우리 집 마당에서 만나기로 약조했던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참으로 사랑스럽게 여겨졌다.
조심스럽게 나무에 내려놓고 내려오는데, 근처의 가지에.. 또 다른.. 아주 작은 암컷이 보인다.
묘하다. 분명히 사슴벌레가 대발생했나 보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가와 비파 (6) | 2025.06.17 |
---|---|
요란한 끝 (13) | 2025.06.14 |
난폭한 손님 20250610 (6) | 2025.06.12 |
스트로베리 문, '딸기 달'의 착각. 베이컨의 4가지 우상偶像 (12) | 2025.06.10 |
'정정당당', 삶에 대해서. (7) | 2025.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