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 속의 호텔에 머무를 때,
창 밖으로 내다보면, 자주 보이는 기묘한 장소가 있다.
자세히 보면, 비석으로 가득한 공동묘지다.
대략 10년 더 전에 처음 봤을 때는 몹시도 충격적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호텔에서.. 아주 멀리 석탑묘가 보여서.. 찾아보았다.
일본은 에도 시대까지는 주로 매장을 했지만 무덤이 국토의 부족 현상을 가져올 수 있기에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은 매장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일본의 공동묘지는 절 근처나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조상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가가이에서 보살필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와는 대조적이다.
솔직히 나 또한 묘지에 대한 혐오감이나 배타적인 마음이 있다.
저도 모르게 '불길하다', '두렵고 무섭다', '꺼림칙하다'는 맘 속의 생각이 일어난다.
하지만 일본의 장례문화, 석탑묘에 대해서 읽고 보니.. 알아차리 바가 있다.
그들은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고 나서도 한결같았다.
우리는 조상을 악귀처럼 무서워한다. 물론 유교의 가르침에 그러한 귀신을 경외함으로써 매일의 삶을 조신하고 경건함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기 때문이지만..
그게 지나쳐서 완전히 왜곡된 상태다.
일단 죽고 나서 장례는 성대하고.. 엄청나게 등골이 휘도록 왁자지끌 하게 치르고 나서..
매년에는 기일이나 빨간 날에만 챙겨본다. 즉, 일단 떠나보내고만 나면 손절하는 셈이다.
지나치게 두려워하게 되어.. 아예 격식만 갖추고 외면하고 있는 식이다.
그러구보면, 도시 속의 석탑묘만이 아니다.
요전에 주윤발이 나오던 홍콩영화에서도, 또는 일본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도..
집안에 돌아가신 부모나 연인의 불단을 조그마하게 만들어 두고,
집을 나서거나 돌아왔을 때, 인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던 것이 기억난다.
이것이 죽은 자를 대하는 가장 온전한 형태가 아닐까?
죽음을 임종의 순간에만 크게 슬퍼하고 곡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지 않은가?
죽음은 단지 그 실체가 소멸한 상태일 뿐.. 그 사람이 결코 사라지는 일은 없다.
마치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이야기하듯..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소멸될 때(간직한 사진이 없어질 때)..
그는 정말로 죽는 것이다.
나는 죽는다면 묘지를 만들지 말아달라고 아이들에게 부탁하려는데..
그들이 나를 가끔 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 너무 독선적인 주문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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