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마크 로스코와 나-2월의 죽음 -한강
미리 밝혀둘 것도 없이
마크 로스코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는 1903년 9월 25일에 태어나
1970년 2월 25일에 죽었고
나는 1970년 11월 27일에 태어나
아직 살아 있다
그의 죽음과 내 출생 사이에 그어진
9개월여의 시간을
다만
가끔 생각한다
작업실에 딸린 부엌에서
그가 양쪽 손목을 칼로 긋던 새벽
의 며칠 안팎에
내 부모는 몸을 섞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점 생명이
따뜻한 자궁에 맺혔을 것이다
늦겨울 뉴욕의 묘지에서
그의 몸이 아직 썩지 않았을 때
신기한 일이 아니라
쓸쓸한 일
나는 아직 심장도 뛰지 않는
점 하나로
언어를 모르고
빛도 모르고
눈물도 모르며
연붉은 자궁 속에
맺혀 있었을 것이다
죽음과 생명 사이,
벌어진 틈 같은 2월이
버티고
버텨 마침내 아물어갈 무렵
반 녹아 더 차가운 흙 속
그의 손이 아직 썩지 않았을 때
시인, 작가의 시선은..
나랑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뼈져리게 느끼게 만든 시다.
나도 '마크 로스코'를 아주 좋아해서, 그의 유명한 작품을 나름대로 심각하게 해석하고 이해해 봤다...
..
하지만..
작가의 작품만이 아니라.. 작가를 자기의 세계에서.. 온전히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면서...
이 분이 노벨상을 타게 된 이유를 짐작할 것만도 같다.
나는 서정적인 시를 좋아하는데..
한강의 시는 이런 저런 측면에서..
아주 재밌는 시집이었다.
마지막의 5부..(4부 도?).를 제외하곤.. 시 말미에.. 그런 시를 쓰게된 계기를 적어놓아서..
왠지 친근하고, 공감할 만한 일기나 에세이를 읽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처음 시詩가.. 계속 머릿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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