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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밥을 챙겨주는 노랭이는..
요즘 극도로 불안 증세에 시달린다.
끝없이 주변을 살피고, 귀를 쫑긋 거리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밥을 먹지 않고 돌아선다.
요전엔 그녀를 괴롭히는 다른 고양이 녀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엔 밥을 어느 정도 먹을 때까지 곁에서 보초를 서 준다.
어느 날 보니, 정말로 희고 누런 얼룩이 있는.. 인상이 사나운 녀석이 어느새 나타나서 남은 먹이를 먹고 있는 것도 봤다.
..
고양이를 키우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한결같이.. 배가 불러서, 고양이는 적당히 알아서 먹는다는 이야기였다.
오늘도.. 열심히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문득.. 마지막 남은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고개를 내미는 걸 봤다.
'아! 아직도 한 마리가 남아있었구나!'..
.
..
어미는 한참을 더 먹다가.. 또다시 밥을 남기고 내려왔다.
그렇게 내 앞에 잠시 서 있으니,
새끼 고양이가 다시 나오더니 어미 주변을 맴돌다가, 나를 발견하곤 잠시 놀랐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
하지만, 엄마보다 쫄보인 녀석은.. 조금 먹는 듯하다가 내려와 어미 곁에 있는다.
..
드디어..
나는 알게 되었다.
사료의 양이 과한 것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서 남겨둔 것이었다.
그리고.. 결코.. 먹는 것을 강요하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그 모습에서..
참된 부모의 도리를 배웠다.
혼자서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조용히 응원하는 것..
노랭이에게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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