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은 정해져 있다.
가는 길 도중에 좌우로 많은 교차로, 갈래길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곧장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
그렇게..출근을 위해 걸어가는데, 어떤 분이 하얗고 귀여운 진돗개와 산책을 하고 있다.
그들이 교차로 아래로, 다시 저 멀리 모퉁이로 사라져 가는 것을 본다.
저기 아래로 가면,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
여기 시골 동네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몇 블럭 간격으로 작은 공원이 하나씩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는 집에서 꽤 떨어진 곳, 조금 큰 도로를 가로질러야 하기에, 결코 여기 올 일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사 오고도 몇년이 지나도록, 여기에 공원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니깐.. 어떻게 아느냐고!??)
요전에 (더 시골에 있는) 처가에서 키우던 개가 심장사상충에 걸렸다.
그래서 병원에서 치료하느라, 좀 덜 시골인 우리 집에서 몇 달 동안 같이 지내게 되었다.
매일 새벽 5시와 저녁의 산책은 내 당번이었다.
호기심 많은 시바견인 모리는.. 나를 이끌고, 온 동네를 탐색하고 다녔다.
모리 덕분에, 정말.. 동네 구석구석을 탐방할 수 있었다.
..
심장 사상충 치료를 받고 점점 컨디션이 좋아진 모리는.. 몇 시간이고 나를 끌고 다녔다...
정말.. 아주 아주 먼 곳 까지 (매일) 여행을 다녀야 했다.
그래서 이 근방에 뭐가 있는지 빠삭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해진 길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렇게.. 인연因緣(계기, 기회)이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
"나는 너다."라는 브라흐만의 가르침처럼..
우리 인간은 타인의 눈을 나의 것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유튜브, TV를 통해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
이처럼.. 남과의 관계, 연결과 소통은.. 우리를.. 정확히는 우리의 오감과 오성을 확장시킨다.
모리와 하나가 됨으로써, 나는 모리의 영역을 내 것으로 할 수 있었다.
나는.. 저기에 작고 아담한 공원이 있음을 이젠 알고 있고,
그곳은 나와 모리의 추억(소변 마크?)이 담긴 소중한 공간이다.
모리 때문에.. 나는 좀 더 큰(넓은)?? 인간이 되었던 거였다.
..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여유롭게 진돗개랑 산책하는 저분은..
아마도, 과거의 나처럼.. 좀 더 큰 인간이 되고 있는 중인가 보다.
매일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 우리의 눈과 영혼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인연因緣들이 있다.
항상 상냥하고, 미소 짓고, 예의를 지키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또 다른 나이기 때문에..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치 않는 봄.. 20240710 (56) | 2024.07.11 |
---|---|
초등학생보다 못한.. 염치 상실 (60) | 2024.07.10 |
기묘한 잡초, 가칭 - '슈팅스타'의 이름을 찾습니다.. (63) | 2024.07.08 |
외로운 제비, 사랑과 보답에 대해서. (64) | 2024.07.08 |
무한과 대결하는 기분.. 현실에서 무한을 경험하기. (74) | 2024.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