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을 다 써간다.
따로.. 치약짜개 같은 도구가 없어도..
세면대의 모서리에 튜브를 끝에서부터 문지르면.. 아주 깔끔하게.. 치약을 다 쓸 수 있다.
그렇게 쓰면.. 다 쓴 듯해도.. 다시 짜면 또 나온다.
다 쓴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세면대에 문질러서 짜내니.. 몇 번 더 쓸 수 있겠다.
짜도 짜도 계속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짜도 짜도 계속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요전엔..(치약만 아니라.. ) 뭔가가 끝나갈 땐.. 항상 맘이 불편했다..
나이가 들고 나선 그런 감정이 옅어졌는데..
이번에 마음 속에서 동하는 바가 있어서..
찬찬히 내면을 관조해 보았다..
..
.
그 감정은.. 초조함, 조급함이었다.
..
그런 감정이 생기는.. 이유는.. 참 알기 어렵지만..
(아마 엉성한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이지 않을까?
치약이 갑자기 없다면.. 더 쓸 치약이 없어 곤란해질 거라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지금 읽는 재미난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읽을 책이 없다는 걱정 때문에..
그녀를 잃으면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자연히 그런 원인 모를 초조함, 조급함이 덜한 것을 보니..
그 둘의 상관관계를 알 법도 하다.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에서 눈을 떼어야 한다. 너무 예민해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다시.. 뭔가.. 더 가치 있는 것,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알고, 그것에 시간을 할여하고.. 정신력과 체력을 소모시킬 필요가 있다. 그만큼 힘을 빼면.. 예민함도 줄어들고, 사소한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게 된다.
..
물론.. 나처럼 예민하지 않은 분들은..
그런 고민이 아주 낯설 듯하다. 아주 부럽다.
다행히도..
내 귀도 입도, 눈도, 코도.. 점점 순順해지고 있다.
(정확히는 평생 비염과 축농증을 앓은 코 때문에.. 코는 어려서부터 순했고,
중이염으로 귀는 어려서 부터 잘 안 들렸고..)
60이 되면.. 공자님이 말씀하신..
'이순(耳順)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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