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백업할 일이 생겨서..
주섬주섬 서랍 깊은 곳에 방치되어, 쌓여있던 외장하드를 꺼내 본다.
요전엔 매년 20여만 원의 금액으로 매년 늘어나는 용량의 외장하드를 하나씩 사 모았다.(당시엔 매년, 용량이 더블이 되는 듯했다..)
쌓여가는 사진들도 그렇고..
아이들을 위해서 모우던 이런저런 자료들 때문이란 이유?로..
..
그러다가..
아마도.. 코인 채굴 광풍으로 컴퓨터 관련 제품들의 가격이 너무 올라서..
동시에..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면서..
그리고 (구글포토와) 구글드라이브를 유료결제하면서..
외장하드를 구매하지 않게 되었다.
즉..
이 외장하드는 꽤 오래된 유물이라 할 수 있다
12 볼트 아답터를 찾아서..(대략 A (전류량)이 높은 아답터가 필요하다.. 전류가 약하면 HDD에 손상이 갈 수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작동시켰다..
웬걸!.. 첫 외장하드부터.. 컴에서 인식이 안된다..
..
헉!.. 이미 다 망가진 것인가?!!
..
아니었다. 전면부 USB 포트에서 SS 전용 포트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ACER 데스크탑인데.. 가장 왼쪽의 USB 포트에 연결하니 잘 인식되고 작동했다.
..
참 오래된 자료들이다.
요전에 읽던 책들,
쓰던 글들..
글을 위해서 모았던 자료들..
출판을 하면서 썻던 자료도 있고..
과거에 심취하고 좋아했던 음악들도 있고..
..
아이들 보여줬던 이런 저런 오래된 영상물들도..
구글 드라이브에 백업을 못했던.. 우연히 찾아낸.. 아이들의 미소가 담긴.. 소중한 사진 폴더도 있고..
..
나는 그 익숙한 자료들에서.. 과거의 나를 보고 있었다.
..
제대로 된 책을 선별, 선택할 줄도 몰랐던 나..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처님의 가르침도 .. 제대로 이해하거나 기억하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었던 나..
지금은 무관심하게 된 자료를 모으느라..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던 나..
하지만.. 모으기만 하고. .제대로 그걸 보고 일고.. 소화시키지도 못했던 나..
바흐나 차이코프시키 보다는 베토벤과 비발디만 좋아했던 나..
뉴에이지를 좋아했었던 나...
..
그 많은 무더기들을 보고 있으니..
이 또한.. 오온(五蘊)들이라..
그 안에 내가 숨어 있음을..
과거의 나의 망령이 숨어 있음을 본다.
한편으론..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강연,
스티븐 코비의 강연,
이민규 교수의 강연..
더 시크릿 영상..
조혜련의 태보 다이어트 영상.. 파일을 보면서..
나의 껍질이면서...
그로 인해서 내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성장하게 한.. 밑거름이었음도 깨닫는다.
어찌보면.. 나를 키워준 고치, 번데기와 같지 않은가?
..
나의 모든 과거는.. 그 기억들은..
나 이면서.. 내가 아닌.. 것들이다.
내가 아니지만, 또한 나의 일부인 것이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흑역사조차도..
그런 흑역사를 품고 있기에..
덕분에.. 지금도 흑역사를 써가는 어린 세대들의 모습을.. 미소 지으며 지켜볼 여유가 조금씩 생기는 것이 아닐까?
개구리가 올챙이 적 기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기나 외장하드가 없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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