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문득.. 요전에 좋아했던 시詩의 구절이.. 대략 떠오르는 데..
누구의 시인지 알 수 없어서..(샛길로 빠져서..)
과거에 쓴 블로그와 인터넷을 한참을 검색하다가 포기한 상태다.
그러다가 요전에 쓴 글을 읽어 봤다.
2010. 11. 24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조병화다.
그가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친일 문학을 했다는 것은..
그리고 전두환 당선을 축하하는 시를 썼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그의 큰 오점이면서도..
오히려 평범한 인간다움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 같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시인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도 바로 그의 시인 '사랑은'이란 제목의 시다.
이 시는 내가 대학교때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고른.. 조병화 시인 자필 시와 그림이 들어 있는 모음시집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 시집을 통해 조병화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의 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은 절판되고 없는 그 노란 시집은... 어찌 된 일인지... 검색해도 보이지도 않는다.
사 랑 은 -조병화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
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인간이 사는 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나지 않는 목숨
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 않는 구름
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 속에서
돈다.
이 시를 쓸 무렵 나는 한 아름다운 여인하고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가까이 갈 수 없는 두 사람 간의 거리를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한 거리(距離)를 생각하면서 체념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그 사랑의 그리움 같은 나의 사랑철학을 생각해 냈던 것입니다.
?시는 이러한 ‘거리’에서 생겨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사랑과 사랑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꿈과 꿈 사이, 꿈과 현실 사이, 먼 곳과 가까운 곳 사이, 욕망과 현실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현재와 미래 사이, 그렇게 벌어진 그 사이, 그 거리에서 그리움이 생기고 시가 생겨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실로 시는 그리움의 세계입니다. 그 끝없는 그리움을 추적하고 있는 세계입니다. 항상 아쉼으로 이어지는 영혼의 세계입니다. 꿈이 많은 인간들의 영혼은 항상 만족함이 없이 굶주리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굶주리고 있는 영혼의 갈망, 그것이 시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 아닐까 생각하는 겁니다. 인생처럼. (1992년 5월)
-조 병 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가 해 주었다.
내가 시를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그가 말한 그대로다.
나는 .. 그리워하고 있다.
14년 전의 글인데..
지금의 내가 쓴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듯하다..
시에 한해서는.. 나는 그 당시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조병화 시인의 시집은 거의 모두 수집했고..
이런저런 시집도 참 많이 읽었는데..
그 이후론 시집을 거의 읽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결혼하고 나서는..
시를 읽을 그리움이나 허전함.. 또는.. 여유가 없어서였을까?
아무튼,
조병화 시인의 설명이.. 그 당시 이해한 것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다.
여전히 내 안에 있는 거리(距離)감을 느낀다..
조금은 더 나이를 먹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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