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이 지난주부터 피기 시작했다.
꽃이 피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부분적으로 조금만 피어서..
기다려야만 했다.
어제 비오는 날, 잠깐 비가 주춤해서 점심때 나가보니..
이제 꽤나 풍성하게 피어났다. (남향 쪽만..)
그친 줄 알았던 비가 다시 내린다.
빗속에서 저 멀리 보이는 배롱나무.. 와, 그 위로.. 구름이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은..
나름 장관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더 아름답다.
비가 내려서 젖은 보도블록 위로 떨어진 꽃송이들이 물 위에 뜬 듯하다.
낙화가.. 마치, 백일홍의 그림자인양 하다.
배롱나무 Crape myrtle 百日紅
동아시아 삼국에서는 예로부터 이 나무 L. indica의 꽃이 백일 간다고 하여 '백일홍'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는 Z. elegans를 '백일홍', L. indica를 '배롱나무'라고 부른다. 역사ㆍ문화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3국은 L. indica를 백일홍이라고 불러왔기 때문에, 유독 한국에서 멕시코산 여러해살이풀(Z. elegans)을 '백일홍'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척 혼동을 가져오는 일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민담에서 '백일홍'이라고 부르는 식물은 멕시코산 여러해살이풀(Z. elegans)을 말하는 것이 아닌 L. indica를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에도 한국에서는 배롱나무를 두고 '백일홍'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고, 배롱나무의 "배롱"도 '백일홍'을 발음할 때 나는 소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니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라리 일본처럼 백일홍(L. indica)과 백일초(Z. elegans)로 구분하는 것이 낫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헷갈린다는 마찬가지 이유로 유통 쪽에서도 배롱나무를 '목(木) 백일홍'이라고 불러서 구분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배롱나무를 '자미(紫薇)'라고도 부른다. 자미는 '뭇 별들의 주인(萬星之主)'인 북극성을 가리키는데, 당나라 수도 장안에 있는 황제가 사는 궁궐인 '자미궁(紫薇宮)'에 이 나무가 많이 심어졌다고 해서 그렇게 불려져 온 것이다. 일본에서는 줄기가 매끄러워서 원숭이도 미끄러진다고 하여 사루스베리(猿滑, サルスベリ)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처: 배롱나무-나무위키]
여름이 시작되어 뜨거운 햇볕과 장마로 폭우가 쏟아지면,
대부분의 꽃들은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리하여 이 시기엔.. 꽃들이 드문하고, 짙은 녹음으로 산천이 뒤덮여 간다.
..
하지만.. 남들이 경쟁적으로 마구마구 꽃들을 피워낼 때..
벌거벗은 가지로 앙상하게.. 죽은 듯이 지내다가..
꽃들의 경쟁이 끝나고서야, 뒤늦게 꽃을 피워내기 시작하는 배롱나무..
그리고.. 누구보다도 오래오래 꽃을 피운다. 백일홍이 된다.
..
나는 어려서부터.. 모든 게 느린 아이였다.
말도, 배움도,.. 건강도..
항상 비교당하고, 스스로도 움츠러들 때.. 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한 말은 '대기만성(大器晩成)'이었다.
대기만성은 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는 말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Rome wasn't built in a day)"나, 영어로 late bloomer(늦게 피는 꽃)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큰 인물이나 중요한 일이 오랜 시간이 걸려 이뤄진다.. 고..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과 고통을 준다'.. 는 말에서, 끝까지 인내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처럼.
대기만성이란 글자는.. 오랜 세월, 내 작은 자존감을 지탱해 주는 지지대였다.
그래서.. 늦게 꽃을 피워내고, 누구보다 오래가는 백일홍, 대롱나무는..
내 모습의 투영(롤모델)이기도 했다.
대롱나무는.. 또 다른 나였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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