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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방법 (모리의 추억)20240709

by 도움이 되는 자기 2024.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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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은 정해져 있다. 

가는 길 도중에 좌우로 많은 교차로, 갈래길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곧장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

그렇게..출근을 위해 걸어가는데, 어떤 분이 하얗고 귀여운 진돗개와 산책을 하고 있다.

그들이 교차로 아래로, 다시 저 멀리 모퉁이로 사라져 가는 것을 본다.

저기 아래로 가면,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

 

 


여기 시골 동네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몇 블럭 간격으로  작은 공원이 하나씩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는 집에서 꽤 떨어진 곳, 조금 큰 도로를 가로질러야 하기에, 결코 여기 올 일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사 오고도 몇년이 지나도록, 여기에 공원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니깐.. 어떻게 아느냐고!??)

 

20240709 진돗개와 산책 중인 남자

 

 

요전에 (더 시골에 있는) 처가에서 키우던 개가 심장사상충에 걸렸다.

그래서 병원에서 치료하느라, 좀 덜 시골인 우리 집에서 몇 달 동안 같이 지내게 되었다.

매일 새벽 5시와 저녁의 산책은 내 당번이었다.

호기심 많은 시바견인 모리는.. 나를 이끌고, 온 동네를 탐색하고 다녔다. 

모리 덕분에, 정말.. 동네 구석구석을 탐방할 수 있었다.

..

심장 사상충 치료를 받고 점점 컨디션이 좋아진 모리는.. 몇 시간이고 나를 끌고 다녔다...

정말.. 아주 아주 먼 곳 까지 (매일) 여행을 다녀야 했다.

그래서 이 근방에 뭐가 있는지 빠삭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해진 길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렇게.. 인연因緣(계기, 기회)이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

"나는 너다."라는 브라흐만의 가르침처럼..

우리 인간은 타인의 눈을 나의 것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유튜브, TV를 통해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

이처럼.. 남과의 관계, 연결과 소통은.. 우리를.. 정확히는 우리의 오감과 오성을 확장시킨다. 

 

모리와 하나가 됨으로써, 나는 모리의 영역을 내 것으로 할 수 있었다.

나는.. 저기에 작고 아담한 공원이 있음을 이젠 알고 있고, 

그곳은 나와 모리의 추억(소변 마크?)이 담긴 소중한 공간이다.

 

모리 때문에.. 나는 좀 더 큰(넓은)?? 인간이 되었던 거였다.

..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여유롭게 진돗개랑 산책하는 저분은..

아마도, 과거의 나처럼.. 좀 더 큰 인간이 되고 있는 중인가 보다.

 

매일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 우리의 눈과 영혼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인연因緣들이 있다.

항상 상냥하고, 미소 짓고, 예의를 지키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또 다른 나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