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의 베란다로 나와서.. 잠시 앉아서 여기저길 둘러봤다.
의자 위에 설치된 철제 차양 지붕을 본다.
꽤 오래 된 건물인데도 .. 이외로 녹이 많이 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보니 몇 군데 녹이 슬어있고, 어떤 부분이 특히 심했다.
벽에 고정된 부분의 녹이 가장 심했다.
거기서부터 가장 심한 부식腐蝕이 진행되고 있다.
..
어떻게 하면 이 철제 구조물의 내구성을 향상시킬 것인가?
녹이 슬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튼튼하게 하려고 용접을 하더라도.. 그 부분은 특히 신경써서 코팅하거나,. 아니면 특수한 방법으로 도색을 해야 겠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저렇게 성질이 완전히 다른 자재(資材)가 서로 만나는 곳은..
어쩔 수 없이 취약해질 수 밖에 없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팅이나 도색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특히 유지보수할 때도...
문득, 이런 모습이 인간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한다.
인간이 가장 고통 받는 순간.. 영혼이 부식되고, 깎여 나가는 순간은...
대체로..나쁜(또는 너무 맞지 않는) 관계 떄문에 생겨난다.
그렇다고 인간세상에서 인간 관계를 마냥 피하거나..맺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관계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처음부터 (공장에서) 만들어질 때 부터, 철과 철이 깔끔하게 접합되고 도색되어 나온 부분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지는 혈연관계와 같다. 이 부분은 왠간해선 잘 부식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부분 조차도 예기치 않은 사고나 꾸준한 스트레스로 깨지고 부러지기도 한다. 그런부분을 용접으로 때우서 수리하여도 .. 더 이상 예전만 못하고 쉽게 부식된다. 혈연관계도 편애하는 부모같은 미숙한 부모 때문에.. 부모자식의 연이 옅어지기도 하고, 재산 문제 등으로 형제들 끼리 다투고 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완전히 남남과의 만남과 관계와는 다르다.
제아무리 전문가가 (완벽하게) 돌벽에 철제구조를 고정하는 시공을 해도.. 돌 벽에 연결된 부위만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서로에게 손상을 주고.. 그리하여..녹이 스며들 수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 된다.
마찬가지로..서로 맞지 않는 성격, 능력, 성장환경,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면..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
하지만.. 관계가 주는 여러 스트레스, 해로움과 별개로..
녹이 슬어도.. 저 지붕은 몇 십년은 거뜬하게 더 버틸 것이다.
아주 두꺼운 철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이 건물의 수명도 100년이 넘진 않을 테니..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완벽한 인간관계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니.. 완벽한 인간관계란 없다..
왜냐하면, 완벽한 인간은.. 당연히 없고..
그래서 100% 만족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
..
그렇다면.. 녹이 스는 것이 두려워서. .인간관계를 마다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관계에 어느 정도(견딜만 한 정도)의 마찰과 어려움, 괴로움이 있다고 해도..
웃으면서 넘어가고.. 아량을 보이며 그 관계를 유지하면..
이 녹슬어가는 철제 지붕이 햇볕과 강풍, 타인의 시선을 막아내는 것처럼..
그 관계에서.. 서로 서로 윈윈하는.. 주고받는 도움(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게 모든 인간관계의 근간이며.. 가장 근본 원리인 셈이다.
정반대로..
너무 맞지 않아서.. 내가 너무 손상을 받거나 괴롭게 되는 관계는.. 또는 해롭기만 한 관계는..
심하게 부식되어 부스러져.. 무너지는 기둥이 위험한 사고를 일으키는 것처럼..
언젠가는 파국과 불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
이런 해로운 관계는..
오늘날엔. '독한 인간(toxic people) 6가지 유형'이나 '소시오패스' 등으로 잘 알려 져 있다.
대처법도.. 분명하고, 단호게 잘 정립되어 있다. "그냥 손절하고 쳐다도 보지 말라."
..
인생에서 좋은 관계를..
저 튼튼한 철제 차양지붕이 뜨거운 태양, 체온을 앗아 가는 강풍을 막거나 줄여주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좋은 관계를 튼튼히 잘 만들면..
세상의 위험과 고통을 피하거나 경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정도의.. 스트레스는 웃으며 넘어가주자.
피하거나 도망쳐야할 악한 존재들, 나쁜 관계도 있지만..
우리의 삶이 지금껏 유지되어 온 데는..(우리가 살아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좋은 관계 덕분이다.
그런 관계에는.. 예를 들어 마트의 우유를 생산하고 포장하고 배달하고, 판매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 많은 사회-경제적 관계를 포함한다.
보통은 저 차양대처럼 무심코 지나치기 마련이지만.. 한 번더 생각하면..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밖에 없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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