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을 제대로 한 것은 아니지만, 훈련을 받으면서 생각한 것은..
여긴 몹시 이성적인, 지식인들이 있을 곳이 아니란 생각이었다.
매 순간이 불합리함의 연속이었다.
왜 전혀 쓸모없는 구덩이를 파는가?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일들을 왜 하는가?
물론, 훈련을 끝내면서 나는 변했다.
그리고.. 나름.. 사회화가 된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만 했다.
규칙적인 생활의 좋은 점도 알고, 어차피 해야 할 국민의 의무였으니..
군대는.. 전쟁을 위한 단체다.
하지만 전쟁이 없을 때는 그 존재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물론 전쟁을 대비한 훈련을 하지만, 그걸 하루종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직업군인이 아니니.. 그렇게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서 교육할 필요도 없고 한정된 세금으로는 불가능한 낭비일 테다.
그래서 군대는 하루 종일 삽질만 반복한다.
..
아무 의미 없는 일들을 만들어내서, 의미없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생각을 없애고, 지시와 통제에 따르는 단순한 인간을 양성한다..
그래야만 전쟁터에서 상관에게 절대복종하는 전쟁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전쟁이란 게 그렇다.
전략, 전술...
전쟁은 단지 상대를 죽여서 승리하는 행위..
어떻게든 이겨야만 한다. 선의의 경쟁, 매너가 있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그래서, 소규모 부대운영, 침투, 교란, 암살,..
부족한 물자와 장비, 탄창을 갖고도.. 핵심 지역, 고지를 탈환하거나 사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명하복의 단순한 지배체계가 굳건해야 한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수족일 뿐.. 왜 하는지에 의문을 가져선 안된다. 자기가 전략의 일부에 희생이 되는지, 전술의 일부로 소모되는지.. 알아선 안된다.
애초에, 사람을 죽여야 하는.. 그곳에 첨부터 합리적인 것이 무엇이 있을까?
...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났기에..
그걸 빌미 삼아서.. 정치적인 공세가 끊이질 않는 걸 보면..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여러 명의 소방관이 희생되었을 때는..
왜 특검과 국검을 실시하자고 주장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강아지를 구하러 소방관이 왜 불타는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는지에 대해 민원이 들어왔을 때는, 왜 처벌하지 않았는지..).
..
원래의 의도는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누군가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융성한 최고의 대우를 갖추고 추모하고 존경해야 할 것인데..
(그리고 앞으론 같은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장비를 보급하고..)
단순히 정권과 정치의 희생물이라는 피해자로.. 둔갑시켜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은..
참.. 군대스럽다.
왜 전쟁을 없애지 않느냐고..
왜 북한 왕조는 없어지지 않느냐고..
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을 하고 있느냐고..
왜 전쟁을 하고 군대가 있느냐고..
왜 상명하복의 불합리한 체계의 군대가 있느냐고..
왜 군인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나서야 했냐고..
왜 군대와 군인들의 장비와 환경이 열악하냐고..
이제와서..
묻는다면.. 유치하지 않은가?
빨래를 개다가 문득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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