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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한 여름의 귤, 삼강행실도의 엽기 호러.

by 도움이 되는 자기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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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곰지랑 저녁을 먹으며 TV를 보다가,

예전 녹화 방송(나혼살)에서 귤 먹는 장면이 나오자,

곰지가 '귤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시험을 (엉망으로) 치고나서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였다..)

..

요즘은 철이 아니지 않냐고..하고 넘어갔지만..

뭔가.. 맘 속에 아쉬움이 남았다.

 

오늘.. 마트에 갔더니.. 매대에 작은 하우스 귤을 그물망에 담아서 팔고 있었다.

곰지가 생각나서 얼른 구매했다.

20240710 한 여름의 감귤

 

감귤은 수확 시기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극조생(9~11월 중순), 조생(11월 중순~12월), 만감류(12~5월)로 구분하는데, 요즘은 하우스 재배를 이용하여 수확 시기는 아주 다양해졌다고 한다.

 


 

감귤을 받아든 곰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뿌듯하면서도..

 

문득..삼강행실도의 잔혹한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한 겨울에.. 부모를 위해, 부모가 먹고 싶어하는 죽순이나, 복숭아를 찾기 위해서..

눈이 수북히 덮힌 산천을 헤메고 다닌.. 효자 이야기가..

 

 

 

https://m.blog.naver.com/kmji98/90194828682

 

삼강행실도, 한국 최초의 엽기 잔혹 동화

  그림으로 본 조선(2014,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항아리)을 읽었다. 그 중 제3장“우매한 백성과 시골 ...

blog.naver.com

 


남편을 대신해서 아내가 적에게 삶아 먹힌다거나, 푸줏간의 고기로 팔린다거나..남편대신 원수에게 목이 베인다거나.. 하면.. 열녀로 추앙받는 다는 식의 이야기가 담긴 삼강행실도는..

윗 블로그에 잘 정리되어 있는데..

 

내가, 어릴 때 읽고 몹시 충격이었던 것은..

효도를 하기 위해서, 죽어가는 부모에게 자신의 살을 베어 먹이거나 피를 먹인 다거나..

엄동 설한에.. 복숭아나 잉어를 구해오라는 등의..

초등학생의 생각으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미션 성공이 .. 대단한 효도라고 말하는 기괴한 가르침이었다.

..

나는.. 효도가 이렇게나 어려운(불가능한) 것인가?하는 혼란에 빠졌더랬다.

그리고. .정말.. 잠 안자고 몸을 혹사해서라도 효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나이가 들고.. 내가 공부한  논어(論語)와 예기(禮記)의 어디에도.. 그런 엽기, 호러가 없었다.

(내가 유교를.. 특히...A4용지 2천페이지가 넘어가는 예기를 몇 번이나 해석하고 정리하면서 공부한 이유가 이 때문인 듯 하다.)

도리어.. 부모가 화가 나서, 몽둥이를 들고 쫓아오면,

부모가 자신을 상하지 못하게 도망치라고 말한 이가.. 공자님이다.

 

자신의 신체가 부모로 부터 물려받았으니 소중히 여기란 말의 원 뜻은.. 

오늘날 중요하게 여기는 '자기존중감', '자기애'와 같은 뜻이다. 즉, 경외감(敬畏之心)의 발로이다.

정말로 내 신체가 부모 것이라는 말이 아닌데도.... 훈고학, 성리학적인.. 글자 해석 놀이의 여파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고.. 공자님의 의도는 망각하여 왜곡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왜곡과 거짓이.. 국가적인 의도하에.. 삼강행실도라는.. 엽기 호러를 탄생시켰다.

(웃긴 것은.. 내가 국민학교 다닐 적만 해도.. 이런 19금 호러물이.. 버젓이 동화책으로 나돌아다녔다는 사실..)

 

공자님이 강조하신 것은.. 예수님과 부처님이 말씀하신 사랑, 자비와 같은 .. 사랑이다.

대략.. 사랑을 포함한 여러 행동(恕 같은)을 포괄하여 '인仁'이라고 하셨을 뿐..

..


잔혹함, 엽기(억지), 폭력, 살생의 어디에도.. 사랑은 없다.

사랑仁은.. 분별智과 예禮를 따른 행동에서 오는 적절함과 떳떳함中庸, 그로인한 바름義에서 찾을 수 있다(아주 상식적인..).

 

과학문명 덕분에.. 한 여름에도 귤을 구할 수 있어서..다행이다.

상식의 한계가 넓어져서, 공자님도.. 지하에서 안심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