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유서 독후감이라 해야 하나..
갑자기 왠...
아니다..
2015년 12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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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유서를 퍼뜨려주세요.
**이형이 딱 이맘때에 떠난 것 같아서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이군요. 생명과학부 12 월 18 일엔 뭔가 있나 봅니다. 저도 형을 따라가려고요.
힘들고 부끄러운 20 년이었습니다. 저를 힘들게 만든 건 이 사회고, 저를 부끄럽게 만든 건 제 자신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더 이상 힘들고 부끄러운 일은 없습니다. 지금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죽으면 안 된다.” 엄마도 친구도 그러더군요. 하지만 이는 저더러 빨리 죽으라는 과격한 표현에 불과합니다. 저를 힘들게 만든 게 누구입니까. 이 사회,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남은 사람들’입니다.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못 하고, 나를 괴롭힌 그들을 위해서 죽지 못하다니요.
또 죽는다는 것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비합리적인 일은 아닙니다. 이걸 주제로 쓴 글이 ‘글쓰기의 기초’ 수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제 유서에 써도 괜찮은 내용일 겁니다. 제가 아는 경우에 대해서, 자살은 삶의 고통이 죽음의 고통보다 클 때 일어납니다. 다분히 경제적인 사고의 소산입니다.
말이야 이렇게 했지만, 그렇다고 저를 너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보지는 말아 주십시오. 20년이나 세상에 꺾이지 않고 살 수 있던 건 저와 제 주위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아직 날갯짓 한 번 못 한 제가 아까워 잠실대교에서 발걸음을 돌렸고, 제가 떠나면 가슴 아파 할 동생과 친구들을 위해 옥상에서 내려온 게 수 차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힘이 듭니다. 동시에 부끄럽기 까지 합니다. 제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가 너무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이만 꺾일 때도 됐습니다.
무엇이 저를 이리 힘들게 했을까요
제가 일생동안 추구했던 가치는 합리입니다. 저는 합리를 논리 연산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어느 행위가 합리적이라 판단하는 것은 여러 논리에서 합리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합리는 저의 합리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비합리라고 재단할 수 있는가 하면 또 아닙니다. 그것들도 엄밀히 논리의 소산입니다. 먼저 태어난 자, 가진 자, 힘 있는 자의 논리에 굴복하는 것이 이 사회의 합리입니다. 제 개인적으론 비합리라 여길 수 있어도 사회에서는 그 비합리가 모범답안입니다.
저와는 너무도 다른 이 세상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좋은 기억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꼽으라면 둘이 있습니다. 하나는 작년 가을에 무작정 여권 하나 들고 홀로 일본을 갔다 온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에 제주도에서 돌아온 다음 날의 일입니다. 즐거운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보통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그날 들은 수업은 너무나도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생물학 시간에 인간과 미생물의 상호관계를 배우고 너무나 감명 받았습니다. 인간과 미생물은 정말 넓은 분야에 깊게 상호작용 하고 있었습니다. 연달아 있는 서양사 수업에서는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배웠습니다. 유물론적 사관에 익숙한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8 동을 나오는 길에 든 생각이 잠자리까지 이어졌습니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학문을 하는 것은 정신적 귀족이 되는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때만큼은 제가 그 정신적 귀족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서로 수저 색깔을 논하는 이 세상에서 저는 독야청청 ‘금전두엽’을 가진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금전두엽을 가지지도 못했으며,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 색깔이 아닌 수저 색깔이군요.
맛있는 걸 먹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목이 너무 말라 맥주를 찾았지만 필스너우르켈은 없고 기네스뿐이어서 관뒀습니다. 처갓집 양념치킨을 먹고 싶지만 먹으면 메탄올의 흡수 속도가 떨어질까 봐 먹지 못하겠네요.
혹시 제가 실패하더라도 저는 여러분을 볼 수 없을 겁니다. 눈을 잃게 되거든요. 오셔서 손이나 잡고 위로해 주십시오. 많이 힘들 겁니다.
제가 성공한다면 억지로라도 기뻐해 주세요. 저는 그토록 바라던 걸 이뤘고 고통에서 해방됐습니다. 그리고 오셔서 부조 좀 해 주세요. 사랑하는 우리 동생 **이가 닭다리 하나나 더 뜯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마지막으론 감사를 전해야겠습니다. 우울증은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로 완화됩니다. 상담치료로썬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도 있지만 ‘실질적’인 위로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거도 없는 ‘다 잘 될 거야’ 식의 위로는 오히려 독입니다. 여러분의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으로 괴로워 할 때 저런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실질적인 위안이 된 사람으로 둘이 기억나네요. 하나는 **누나입니다. “힘들 때 전화해, 우리 가까이 살잖아.” 이 한마디로 전 몇 개월을 버텼습니다. 전화를 한 적은 없지만, 전화를 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도 이렇게 멋진 사람이 날 위로해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힘이 됐습니다. 누나 정말 고마워. 미안해. 결국 전화를 하지 못했네...
다른 하나는 ***입니다. ***도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질문 하나 할 때도 매번 안부 물어봐 주고 이것저것 챙겨다 주고 고마웠습니다. 또 제가 약대 준비할 땐 교재도 빌려 주고 결과 발표 일시도 상기시켜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습니다. 약대 붙으면 맛있는 스시를 사기로 했는데, 결국엔 사지 못하게 됐네요. 고맙고 미안해... 행복하게 지내렴.
이곳 저곳에 퍼뜨려 주세요... 육체는 죽어도 정신은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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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생명과학부를 다니시다 최근에 약대 준비를 하시던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탄올을 치사량 복용하신후 결국 옥탑방 옥상에서 투신으로 생을 마감하셨다고 합니다.
평소 우울증을 앓으셨다고 언급했으며 경제적인 문제와 학업적인 문제에서 느낀 고통, 현 사회에 대한 회의감이 자살의 주요 원인임을 암시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갑자기 서울대생 투신자살, 유서 글이 뜨길래..
이번에 일어난 일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대략 10년전의 일이다.
..
찾아보니, 유서에 언급된 사람(누나)의 글도 있던데.. 화가 많이 나이 있는 듯..
..
누군가가 고인의 뜻을 기려서 10년이 되어가는 이때.. 모두가 잊었을 이때..
고인의 유언대로, 유서를 널리 퍼뜨리기로 작심한 이들이 있나보다.
..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많이 생길지..
아니면..솔직하고 당돌한 MZ 세대들이기에..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어질지..
알 수 없다.
..
누군가가 요전에 말했다(누구지??)..
애매하게 착한게 문제라고..
..격하게 공감했는데..그도 그런 부류인 듯 하다.
애매하게 착하니..
분노가 차올라 자신을 잠식하고 만다.
.
나는 서울대 나온거 빼고는, 거의 비슷한 경험을 해봐서 안다.
나는 운이 좋았고,
그는 운이 나빴던 것 뿐이다.
..
할 말 하고 살자.
베버 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귀족 운운하지말고..
수저 이야기 하지말고..
그건 그냥 자의식 비대나 과잉에 지나지 않는다. 중2병일 뿐이다. (중2병이란 신조어는 대략 2010년부터 유행한 것 같으니..사건당시에도 있던 말이다)
베버 같은 어려운 사람 책을 읽지 말고.. 그냥..
자청이나 내성적인 건물주 같은 젊은 사람들이 쓴 쉽고 얇은?(내성적인 건물주님 책은 앏다) 책과 유튜브를 보고..
경제적인 자유를 찾으려 노력하면 된다.
..
누가 읽으라고 말한지가 언젠데..
이제야 이 책을 읽은 내가 참으로 한심하다.
아마도 내가 지금 쓴 책의 내용과 같으면 어떠나하는 두려움과 불안 떄문에.. 그 동안 못 읽은게 아닐까... 생각한다.
다행히 비슷한 내용도 있지만 방향은 달라서.. 맘 편히 읽게 된다.
..
뭐 그런식이다.
죽고 싶고, 그래서 옥상 난간위에 서거나,
다리 위에 기어올라가거나, ..
그럴 용기를 .. 시간을.. 조금 늦춰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역행자>, <저는 이 독서법으로 연봉 3억이 되었습니다>를 읽어 보자.
일단..
읽고 나서.. 뛰어내려도 되지 않나?
앞부분 10분만 읽어도 된다.
읽고 나서 보자..
원래.. 유서 속의 '누나'분이 말하듯이..
. 아무리 친한 사람, 가족의 말도.. 자의식이 지나치게 과잉되고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선..그냥 귓뚱으로도 안들리기 마련이다. 그냥 스스로 책을 읽고 깨닫는 거 말곤 온전한 구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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