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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곱씹어볼수록 서울경찰청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패가망신(敗家亡身)'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중티 나고 쉰내 나는 표현인지 서늘한 실소가 터져 나온다.
아무리 살아있는 권력의 서슬이 퍼렇다 한들, 위법을 통제하는 주체인 대통령조차 결국 삼권분립 아래 놓인 행정부의 수장이라는 유한한 대리인일 뿐이다. 하물며 경찰은 텍스트로 명시된 법을 건조하게 집행하는 행정 기구이지, 국민의 양심과 심정적 동조 여부까지 감별해 공포를 주입하는 전체주의 사상경찰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시위 중 선을 넘었다면, 그저 엄연히 존재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조문을 적용해 당사자 개인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조선시대의 연좌제라도 부활시켜 가족의 숨통까지 끊어놓을 요량이 아니라면, 도대체 근대 사법 체계 어디에 '패가망신'이라는 기괴하고 야만적인 형벌이 존재한단 말인가.
국가의 질서를 지켜야 할 공권력이 정제된 ‘법의 언어’를 내다 버리고, 삼류 뒷골목에서나 쓸 법한 ‘폭력배의 언어’를 천연덕스럽게 선택했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상식의 브레이크도 없이 미쳐 돌아가는 이 저열한 권력 앞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법치가 가장 천박한 형태의 야만으로 퇴행하는 순간을 뼈아프게 목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