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시간에..
사진 앨범을 들추다가 가장 화려한 곳에 눈이 머문다.
얼마 전 방문한 도쿄 팀랩이라는 아트 뮤지엄이다.
평소에도 이들이 산의 자연물에 전시한 빛의 축제를 두 번 정도 본 적이 있고,
유튭에서 대략 본 게 있지만..
어떤 작품이 나를 맞이할지 아주 기대도 되고, 입장부터의 과정조차 흥미진진했다..
실제로 보고나니,
다음처럼.. 대단한 작품들도 좋았지만..
작품 전시장과 그다음 전시장을 연결하는 통로를...
다음엔 무슨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며..
칠흑 같은 어둡고 좁은 복도, 그것도 구불구불해서..
단지 발목만을 비추는 듬성듬성한 조명에 의지해서.. 걷다 보니..
화려한 작품이 주는 것보다 더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
이 전체 전시 자체는.. 우리의 인생과 몹시도 흡사했다.
돌이켜봐서 기억에 남을 아주 인상 깊은.. 인생의 순간들..
첫 만남, 연애, 결혼식, 출산, 첫걸음마.. 등.. 은.. 화려한 쇼룸 같은 현란한 전시장과 같다.
하지만.. 그 나머지 순간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도 모른 채...
단지.. 앞에 가는 사람의 발목만을 보고 걷는 이 순간..
기대감과.. 묘한.. 두려움이 가득한.. 이 좁은 연결 통로..
직선이 아닌 구간은.. 그다음이 도대체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한 발을 더 내디디면.. 거기에도.. 같은 불빛, 같은 통로가 이어진다.
거짓말 같이 모퉁이에서 느끼던 두려움이 사라진다..
사진을 찍느라 멈춰 서면.. 일행들이 저만치 멀어져 간다..
..
다음 전시물을 향해서 바쁘게 걸음을 옮기기만 한다면 결코 알지 못할..
일상의 묘미..
..
완벽한 안전감, 온전한 안정감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삶의 즐거움임에 분명하다..
혹자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섞인 이걸..
'모험'이라고 부른다.
그래.. 나는 지금 이 순간 더없이 훌륭한 모험을 하고 있는 거였다.
인생의..
아주 사소하고, 쳇바퀴 같은 순간의 어딘가에도.. 모험이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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