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우문고는 우리나라엔 잘 없는 페이퍼백 시리즈가 있다.
얇고 작아서, 언제라도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예를 들어, 예비군 나가면서 포켓에 넣어 가면, 산속 참호에서 대기하면서 읽기 좋았다.
대략 30-40권이상 갖고 있는데..
어느 날..
120권 50년 대여로 리디북스에서 나왔다.
당시 30대 중후반이었던가?
대략 계산해 보고.. 대여기간보다 오래 살지 못할 듯해서 구매했다.
벌써 좀.. 오래된 이야기다.
<빙점>으로 국내에서도 아주 유명했던 작가.. 미우라 아야코 의
<살며 생각하며>를 재미나게 읽고 있다..
현재와 아주 닮은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그녀의 독특한 개성과 글솜씨로.. 살아난다.
조금 별종인 그녀의 이야기를 아껴서 조금씩 읽고 있는데..
찾아보니, 그녀가 1999년 10월에 사망했음을 알고..
인간의 삶을 돌아본다.
문득.. 이 전자책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리더기는.. 범우문고 전용으로만 쓰고 있다..
요 얇은 이북 기기하나에.. 120권의 책이 들어있는 셈이다.
120권만 해도, 벽면을 채운 2-3개 책장의 한 줄을 다 채워야 한다.
요전에 벽면을 채우던 책장과 책들은 좁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다 창고로 보내졌는데..
좁은 집에선.... 책은 그의 육신을 버려야 했다.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하지만, 책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저 단말기와 내 핸드폰과 패드에도 들어있지만..
내 머릿속과 기억 속에도 남아있다.
..
저 책들처럼..
내 육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나라는 존재는.. 나를 기억해 주는..
의미가 있던 관계에서 남아서.. 나는 살아있게 된다. (마치 책처럼.. 나에 대한 추억을 들추면서..)
물론 50년 대여기간이 끝나면 사라질 저 책처럼.. 그마저도..
몇 세대가 지나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요전에 봤던.. 애니메이션 <코코>가 생각난다.
기억이란.. '존재'와 같다.
양자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코코>에서도 강조했듯..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람..
다시 말해서 추억하고.. 좋은 감정을 간직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마치 좋은 고전이 몇 백, 2천 년이 지나도 읽히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물론, 좋은 사람은 좋은 말,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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