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랭이의 밥을 챙겨주고, 그녀가 먹는 동안 옆에 지켜서 있다가..
문득 눈앞의 죽은 나무에 눈이 자꾸 간다.
어느 순간부터 조경을 할 때, 나무들을 좀 과하게 잘라내는 듯 하다.
저 나무도 나무를 과하게 잘라냈다가, 그대로 나무가 고사하고 만 경우인 듯 하다. (요전에 아파트 살 때도 어느 순간부터 아파트 데크의 나무의 전정작업을 할 때, 너무 과하게 베어내더니, 상당히 많은 나무가 시간이 지나자 죽었었다)
옆의 나무의 전정상태와 비교를 하면서 나무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나무들의 가지는 인간관계와 닮있다.
(지금 '250의 법칙'에 대해서 따로 글을 쓰고 있는 게 있어서.. 이런 생각에 이어졌나보다)
큰 가지에서 작은 가지, 더 작은 가지.. 그렇게 연결되고 연결되어 있는 모습은 수 많은, 다양한 인간관계, 인맥과 닮은 꼴이다.
그렇다면 저렇게 잘려나간 나무가지들은 무엇인가?
절교하거나 ..흐지부지 연락이 되지 않아서 잊혀져버린 관계들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즘,
쇼펜하우어를 들먹이거나..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인간관계의 불필요함, 정리의 필요성 ..등을 이야기하는 영상들이 많은데..
정말로 인간관계란 (가지치기된 가지마냥) 저렇게 잘라내어야만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저 나무들은 왜 잘리고, 베어져야만 했을까? 버려져야만 했을까?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COPILOT의 답변에 따르면 다음의 3가지다. (내가 추가로 첨삭하였음)
1.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필요하다. 나무의 수형을 만들어 통풍과 채광이 수월하게 만든다. 놔두면 위로만 쭉쭉자라고 약하게 된다. 수형을 만들면 인간이 농작업을 수월하게 하고 병해충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2. 과일의 생산량과 맛에도 영향을 준다. 가지치기로 식물의 형태를 잡고 꽃과 열매를 맺는 능력을 개선한다.
3. 병들거나 손상된 가지를 제거하여 나무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
위의 소나무처럼 제대로 가지를 쳐주면, 듬성듬성하니 서로가 겹치지 않아서 바람과 빛이 잘 통하게 된다.
새들이 잘 지나다닐 수 있다면 벌레가 숨어있을 수도 없게 된다. 나무 전체가 건강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러한 필요로 가지들을 선택하고, 필요없다면 다 잘라내야만 하는가?
인간관계에서도 그러할까?
예를 들어, 평지의 양달에서 홀로 심어진 나무가 아니라, 숲속에 심어진 나무라면..
이렇게 서로의 간격을 두고 펼쳐지듯 가지의 모양을 잡아둔다해도,
그 모든 가지에서 꽃이 피어나진 않는다.
어떤 가지의 끝에선 아름답게 꽃이 피어나고, 과실나무라면 열매가 맺힐 것이다.
하지만, 꽃이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머지 나무가지들은.. 필요가 없는 것인가?
..
아니다. 나무는 그 모든 나무가지들, 그 끝의 잎들의 노력으로 살아남는다.
(인간에겐 자기의 정체성의 근간이며, 과거의 편린, 추억들의 저장소이다.
과거의 나, 즉 현재의 나란 존재를 지탱하는 그림자, 뿌리에 해당한다)
..
우리의 인간관계도 이와 같지 않을까?
물론, 병이 든 가지나 잎, 오염된 부분들은.. 그대로 놔두면 전체가 위태롭게 되기에 절단해서 제거해야 만 한다.
관계를 정리, 손절을 해야 한다고 하는 관계들은 이와 같은 나쁜 인간과 관계에 한정해서이다.
단지 내게 어떤 이득이나 기쁨만을 보고 .. 정리하거나 소홀히 해선 안될 것이다.
큰 가지들에서 뻗어나간 가지들이 또 하나의 군집을 이루어 마치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나무마냥 .. 있는 모습은 ..
친구를 떠올리게 만든다.
..
평소에 별로 생각하지도, 관심도 없다가도.. 문득 생각나서 .. 연락하고, 만나고, 이야기와 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관계는..
저.. 무심하게.. 뻗은 나무 가지끝에 매달린 작은 잎사귀와 같지 않은가?
나무가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각각의 가지에선 알아서 잎이 피고 성장하고 떨어지고.. 그렇게 거기 있을 뿐이다. 나무의 일부분으로서..
친구.. 친구같은 관계나, 우리에게 지지가 되는 수 많은 관계들은.. 이와 같지 않을까?
거꾸로 생각하면, 친구같은 인간관계, 내게 지지가 되는 인간관계가 어떤 것인지도 분명해진다.
억지로 집착하고, 나의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지속적으로 쏟아부어야만 ..억지로... 근근히 유지되는..
가지, 잎사귀들은.. 건강한 가지가 아니라 병들고 오염된 가지다.
잘라내야 한다.
그건 모든 인간관계에서 마찬가지다. 설령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