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블로그의 후편이다.
관심에 연연하지 않는, 묵묵함, 초연함이 주는 감동 (tistory.com)
매번 출퇴근 길에 조마조마하며 보았던..
개모밀 꽃의 최후는..
eliminated..
아주 허무하게,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꽃을 열심히 피우고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요전에 내가 '개모밀'을 알고, 꺾꽂이 (나뭇가지를 땅에 심는다 하여 삽목 (揷木)), 물꽂이가 된다고 하여서..
가장 병든 가지들을 가지치기 삼아서 꺾어와서 물꽂이를 했는데.. 뿌리가 자라고 있다.
이제 흙에 다시 심으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러구 보니 생각났다.
며칠 전 퇴근길에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데.. 새끼 고양이를 거느린 어미 고양이가 내게 쭉쭉이를 하면서 눈을 마주쳐 오는데.. 집에 가도 생각이 나서, 사료를 챙겨 들고 다시 가 봤다.
그 공터에 다가가니, 어떤 중년 아저씨가 쭈그리고 앉아서 새끼 고양이들에게 츄르(짜먹이는 먹이)를 먹이고 있었다. 물어보니, 새끼 고양이가 도로로 달려 나와서, 사고가 날 뻔했다고.. 그리고 마침 갖고 있던 츄루가 하나 있어서 새끼들에게 먹여 주고 있었다고 했다.
그 아저씨의 모습에서, 나는 평범한 사람들 마음속에 공통적으로 있는 사랑을 보았다.
레프 톨스토이가 1885년에 저술한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What Men Live By >가 생각난다.
대략의 내용은.. 인간들을 불쌍히 여긴 천사는 신의 명령을 거부했다. 그리고, 벌을 받았다.
하지만, 벌을 받으면서 천사는 알게 된다.
그가 가엽게 여긴 아이들은, 그처럼 그들을 가엽게 여긴 사람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아 살아남았다. 잘 살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마차가지로,
꽃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고양이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고, 사람은 사랑으로 살게 된다.
그러면서, 꽃도 고양이도 사랑으로 살게 된다.
부조리하고, 엉성한 세상이지만, 이렇게.. 인간의 역사가 이어져 온 것은..
그 엉성함을 메꿔주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자기만 살아남겠다고, 각자도생을 외치면서..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기보단..
(그래봤자..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힘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냥 오늘을 열심히 충실하게 살고.. 우리 마음속 사랑을 키우고, 실천하는 삶을 살자.
사람이 사랑으로 살 때, 비로소 우리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