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도로 가장자리에 누런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왕매미의 엄청나게 큰 허물,선퇴(蟬退, 매미선, 물러날 퇴)가 도로 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바로 옆엔 국밥 가게의 주차장이 있어서, 초록색 철망으로 된 펜스를 둘러놨는데, 거길 오르다가 떨어졌나? 하고.. 생각했다.
나무가 아니라, 도로에서.. 출생한 매미라..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출근 중임이 생각나..)마구간에서 태어난 분도 있는데.. 하며.. 서둘렀다.
말매미(왕매미) Horse cicada, black cicada 라고 한다.
몸길이 40~48 mm, 날개 끝까지 60~70 mm 정도인 대형종이다. 몸은 광택이 나는 흑색이며 우화한지 얼마 안 된 건강한 개체는 황금색 가루에 덮여 있다. 배마디의 옆 가장자리, 배딱지의 가장자리, 그리고 가운뎃다리와 뒷다리의 종아리마디에는 주황색 무늬를 가진다.
이르면 7월 초순, 보통은 7월 중순~8월 하순으로 여름이 한창일 때 나타나며, 성체의 활동은 9월 중순까지는 왕성한 편이다. 기온의 급격한 변화가 없고 포근한 해(흔히 말하는 가을인데도 더울 때) 일 경우, 10월 초까지도 말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이때의 개체들은 대부분 9월 중으로 우화한 개체들이다.
반대로 6월 후반에 일찍 나타나는 개체들도 일부 있다.
주로 높은 온도에 반응하여 우는 편인데, 말매미가 활발하게 우는 온도는 보통 27℃ 이상이나 23~25℃의 저온에서도 간혹 운다. 저온 환경에서는 울음소리가 비교적 조용해진다. 낮은 평야 지방을 선호하기 때문에 도심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한반도의 기후가 변하면서 9월 중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때가 잦아지면서 이러한 현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가을에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인 '불과 1~2주 전까지만 해도 더워서 반팔 입고 에어컨 틀었는데 이제 추워졌다' 하는 게 바로 그것으로, 이 급격한 기온 하락 현상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쌩쌩하던 말매미들조차 울음소리를 뚝 그친다. 특히 가을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온도가 확 떨어지면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매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출처: 왕매미-나무위키]
점심때는 조금 멀리 걸어 나가서, 온천천을 걸었는데..
자전거가 통행하는 오르막 길의 벽에.. 뭔가가 있어서 보니..
왕매미가 더운 날씨에.. 천천히 벽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많이 지쳐 보였다. 더위 속에서 걷고 있던 나만큼이나..
집에 오니, 마당의 테이블 의자 아래에..
죽은 왕매미가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알려진 것과 달리..
매미는 땅에서 유충으로 5년, 땅 위에서 한 달가량을 산다고 하니,
아침에 본 선퇴(허물)에서 나온 녀석은 아님이 분명하다.
(당연히 온천천에서 본 녀석은 더더욱 아니고..)
..
출생, 삶, 죽음..
비록, 그 사건들, 각각의 주체들은, 각기 다른 개체 들이었겠지만,
내겐 마치 그들이 하나인 듯 느껴졌다.
태어남, 살아감, 죽음..
이건.. 인간의 경우에서 보면..
生 출생 병원(장소)이 엄청 고급의 몇 백만 원짜리 조리원이 붙어 있든 아니든..
老 금수저, 흙수저로 살아가든,
死 사랑하는 이들에 둘러싸여서 맞이하는 죽임이든, 홀로 외롭게 고독사를 하든..
..
그 껍질은 달라도.. 그 내용물은..
단지, (벌거벗은) 生-老-死일 뿐이었다.
부처님은 인간을 하나의 개체(존재)로서 인식하지 않고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 <오온(五蘊:5개의 무더기)>으로 분리(해체)해서 보았다. 인간이란 존재는 단지 5가지 집착의 다발(무더기)일 뿐이며, 그것은 조건을 따라 생겨나 조건을 따라 소멸하는 것으로서 그 어디에도 '나'라거나 '나의 것'이라고 할만한 실체가 존재하지 않다고 설명하셨다.
.. 마찬가지로..
우리가 말하는 生老死라는 현상조차도.. 우리 인간에겐.. 다양한 껍질에 포장되어 있어서..
이것이 다시.. 다양한 집착을 만들어 냄을 알아차렸다.
..
그러한 앎, 이해와 별개로,
나는.. 저 매미들의..
이런저런.. 즐겁고, 놀랍고, 흥미롭고, 괴롭고,.. 했을..
이야기가 궁금했다.
결국.. 껍질이 더 재미있는게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