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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께.
평산마을의 겨울은 평온하신지요. 저는 이틀전에 감사원이 내놓은 보고서를 오늘에야 다 읽었고 당신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K-방역’의 민낯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참담함을 넘어 기이한 공포가 느껴지는 숫자들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신의 재임 시절인 2021년부터 의료 현장에서는 “백신에 곰팡이와 머리카락이 들어있다”는 신고가 빗발쳤습니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즉시 멈췄어야 합니다. 전수 조사를 하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주사기를 내려놓는 게 국가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당시 질병청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물질 신고가 들어온 것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 1420만 회분이, 아무런 조치 없이 국민의 팔뚝에 꽂혔습니다. 곰팡이가 떠다니는 주사액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숨긴 채, 정부는 “안전하다, 맞으라”고 독려했습니다.
그뿐입니까.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2703명에게 맞췄고, 그중 절반 넘는 사람들에겐 그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유통기한 지난 우유를 팔아도 영업정지를 당하는 세상에, 국가는 국민 몸에 유통기한 지난 약물을 주입하고 입을 닫았습니다.
실무자들은 “직원이 부족해서”, “매뉴얼이 없어서”라며 변명합니다. 하지만 국민은 압니다. 왜 멈추지 못했는지. 당시 청와대 상황판에는 ‘접종률’이라는 숫자가 지상명령처럼 걸려 있었기 때문 아닙니까. K-방역의 성공 신화를 완성하기 위해, 안전 검증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속도전의 바퀴 아래 깔아뭉갠 것 아닙니까.
당신은 재임 기간 내내 K-방역을 “세계의 모범”이라 치켜세웠고, 백신 수송 작전을 군사 작전처럼 홍보하며 주인공 자리에 섰습니다. 그렇다면 그 백신 안에 곰팡이가 떠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그 책임 또한 당신의 몫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평산책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책을 추천하고, 유튜브에 반려견과 산책하는 영상을 올리며 ‘소박한 삶’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잊혀지고 싶다더니, 누구보다 요란하게 현실 정치의 주변을 서성입니다.
곰팡이 핀 주사기를 맞았을지도 모르는 국민들의 불안 앞에서, 한가롭게 베스트셀러 목록이나 읊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공(功)은 내 것이고 과(過)는 남의 것이라 믿는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국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전직 대통령이 지켜야 할 마지막 품격입니다. 책방 문을 잠시 닫고, 당신의 정부가 저지른 이 끔찍한 방역 실패의 기록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국민이 기다리는 건 당신의 책 추천사가 아니라, 진심 어린 참회록입니다. 제발, 염치라는 것을 좀 챙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