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친구가 보내 온 메일
케이님께하루의 끝, 거실에 불이 꺼지고 집 안이 고요해지면 비로소 외로움이 소리를 냅니다.그 소리는 아주 낯익어서,,,이혼 후 처음 맞이한 겨울밤처럼, 내 안의공허가 벽을 타고 흘러내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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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에서 (에세이)
이혼 후 친구가 보내 온 메일
일본의 케이
2025. 7. 13. 23:59
케이님께
하루의 끝, 거실에 불이 꺼지고 집 안이
고요해지면 비로소 외로움이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는 아주 낯익어서,,,
이혼 후 처음 맞이한 겨울밤처럼, 내 안의
공허가 벽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50대라는 나이는 참 애매하네요.
젊지도, 완전히 늙지도 않은,
사랑을 말하기엔 늦은 것 같고, 체념하기엔
아직 살아 있다는 감각이 선명한데..
주말마다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트에서는 손을 꼭 잡은 부부가 장을 보고,
카페 창가에는 자식 자랑에 웃음꽃 피운
또래 여자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혼자 커피를 마시다가
잔잔한 음악 속에서 무심히
핸드폰을 내려다보는데
그 누구에게도 연락할 이유가, 연락이 올
가능성도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슬픔이 차올랐습니다.
밤이면 더 심해지는데 침대는 너무 크고,
이불은 싸늘하기만 하고,,
누군가의 코 고는 소리가 그립고,
시시한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는
현실이 뼈에 사무칩니다.
이 나이에 다시 사랑을 말하면
이제 그런 건 내려놔야지 라며
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외로움은 나이가 없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주름과 상관없는데 말입니다.
결혼이 실패해서 내가 실패한 건 아닌데,
사회는 아직도 실패자의 딱지를
내 어깨에 붙힙니다.
그리고 그 딱지는 점점 무게가 되어,
나를 고개 숙이게 합니다.
혼자가 익숙해지는 게 두렵습니다.
익숙해지면, 다시 누군가를 원할
용기도 사라질까 봐....
친구에게...
살아가다 보면 문득, 혼자라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주변은 분주히 돌아가는데 나만 멈춘 듯한
기분이 들고,
때로는 이유 없는 외로움이
마음을 가득 채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꿋꿋이 잘
걸어오신 친구는 참 대단한 분입니다.
수많은 선택과 책임을 감당하며 여기까지 온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6개월, 블로그를 쉬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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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움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친구가 얼마나 단단하고 깊이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이제야 진짜 나를 위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때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혹 너무 외롭고 괴로울 땐
마음껏 아파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 아픔은 곧 지나가고 좀 더 자유로워진
또 다른 자신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일본 남자도 별 반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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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친구는 누군가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아주 큰 위로와 빛이 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친구의 하루하루가 작지만 따뜻한
기쁨들로 채워지길,
그리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 혹은 오늘 이 답장이
친구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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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생활이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네요. 그냥 한국이, 한국사람이 그리워서 시작한 블로그입니다. 글에 나오는 깨달음(깨서방)이란 인물은 일본인 남편의 이름입니다. 저희 부부에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 는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된 첫 수필집입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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