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의 황혼?
오후 늦게 부터 비가 온다고 하더니만..
아침부터 무척이나 덥다.
고양이 호두도.. 더위로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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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스파게티용 재료를 사러가는 길에 보니..
그동안 엄청 피어났던 핑크색 패랭이꽃이...
어느새 거의 다 시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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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마리우스 패랭이꽃
학명의 Dianthus는 그리스어로 신을 뜻하는 Dio에 꽃을 뜻하는 Anthos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레인보우 핑크 rainbow pink 또는 차이나 핑크 China pink로 알려진 Dianthus chinensis는 중국 북부, 한국, 몽골 및 러시아 남동부가 원산지인 Dianthus의 종이다. 패랭이 꽃에서 pink 라는 색이 유래했다.
패랭이꽃은 옛날 사람들이 쓰고 다니던 갓의 일종인 패랭이의 모양을 닮음에서 유래하였으며, 이름만 봐도..우리나라 토착종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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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을 보며, '핑크는..이제 끝인가?' 하고 아쉬워하다가..
마트에 가면서.. 찾아 보니..
아니었다.
핑크는.. 다른 꽃들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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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초도 보이고..(사진은 못 찍음..)
영산홍.. 달맞이꽃은 이제야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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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로 가는 길가에.. 페튜니아도.. 송엽국도.. 짙은 분홍색을 만발하고 있다.
..
지는 꽃.. 보지 못할 색을.. 아쉬워 할 필요는 없었다.
집착을 내려놓아도.. 괜찮았다.
세상은 다양하고.. 결국엔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패랭이꽃 - 김동리
파랑새 뒤쫓다가
들 끝까지 갔었네
흙 냄새 나무 빛깔
모두 낮선 타관인데
패랭이꽃
무더기져 피어 있었네
김동리의 시에서... 낮선 타 지역에 대비되는 .. 익숙함으로 대표되는 '패랭이 꽃'을 봐도..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친숙한 꽃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한데.. 나는 요전에 본 기억이 잘 없다.
어릴 때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그때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 봐도 기억을 못하는 듯 하다.
꽃말은 ‘순진한 사랑, 청춘(젊음), 재능, 대담, 위급, 무욕, 효심’이다.
그럼 다음의 류시화의 시에서.. 패랭이꽃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패랭이꽃 -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한 겨울에도..
김동리의 시와 류시화의 시로..
우리는 패랭이꽃을 만날 수 있다.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