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정치 기생충들

도움이 되는 자기 2026. 4. 25. 00:55
728x90



https://x.com/i/status/2047604553991004191

X의 박주현님(@muzlandju)

아까 올린 정원오 성동구청장 관련 글에 한 페친 댓글을 남겼다. 사회생활도 안해본 것처럼 왜 저런 소리를 하냐는 요지였다. 문득 호기심이 동해 포털 창에 그의 이력서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

x.com


아까 올린 정원오 성동구청장 관련 글에 한 페친 댓글을 남겼다. 사회생활도 안해본 것처럼 왜 저런 소리를 하냐는 요지였다. 문득 호기심이 동해 포털 창에 그의 이력서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는 그의 화려한 스펙을 보며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서울시립대 부총학생회장, 전대협 선전부장, 구청장 비서실장, 임종석 국회의원 보좌관, 노무현 캠프 선거본부장, 민주당 부대변인, 성동구도시관리공단 이사, 그리고 성동구청장 3선.

숨이 턱 막히는 이 라인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명백한 팩트는 단 하나다.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민간 영역의 차가운 자본주의 시장에서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20대 대학 시절부터 50대가 된 지금까지, 오직 학생 운동과 여의도 당사, 그리고 세금으로 굴러가는 지자체를 돌며 밥그릇을 채워온 완벽한 본투비 정치인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권력을 다투는 것도 사회생활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은 없겠으나, 우리가 아는 출퇴근 지옥과 실적 압박의 그 평범한 사회생활과는 우주만큼의 거리가 있다.

그런데 나는 이 기막힌 이력서 한 장에서, 한국 정치판을 지배하는 아주 서늘하고 핵심적인 통찰 하나를 얻어냈다. 바로 좌파와 우파의 좁힐 수 없는 전투력의 차이다.

민주당 주류 정치인들의 이력은 몇몇 '예외적인' 케이스나 이번 정부들어 늘어난 보은인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원오와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 20대부터 아스팔트와 당사를 기어 다니며 정치 기술만 배운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정치는 취미나 봉사가 아니라 유일한 생존 수단이다. 배지가 떨어지거나 선거에서 지면 갈 곳이 없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경력이라곤 투쟁, 위원장, 보좌관, 선거대책본부장뿐인데 어느 민간 기업이 이들을 환영하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선거판에 들어서면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싸운다. 흑색선전, 선동, 말 바꾸기, 안면몰수. 그 어떤 뻔뻔한 짓을 욕을 먹더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고 악착같이 버틴다. 여기서 밀리면 굶어 죽는다는 걸, 권력의 단물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완벽한 백수로 전락한다는 걸 뼛속 깊이 알기 때문이다.

반면 보수 정치인들은 어떤가. 우파 진영에서 저렇게 바닥부터 정치만 파고든 사람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다. 그들은 대부분 판검사, 고위 관료, 의사, 성공한 벤처 사업가 출신이다. 애초에 자기 분야에서 엘리트 대접을 받으며 떵떵거리고 살다가, 명예직의 화룡점정을 찍기 위해 늦깎이로 여의도에 스카우트된 사람들이다.

당연히 이들은 멘탈이 약하고 맷집이 형편없다. 상대가 진흙탕을 뒹굴며 오물을 던지고 밑바닥 싸움을 걸어오면, 이 우아한 엘리트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평생 1등만 하고 대접받고 살았는데, 굳이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정치를 해야 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에겐 대안이 너무나 많으니까. 국회의원 떨어져도 돌아갈 대형 로펌이 있고, 대학 강단이 있고, 내 이름을 건 병원이 있다. 한때 보수의 잠룡으로 불리던 남경필 전 지사를 보라. 가족 리스크가 터지고 정치판이 피곤해지자, 그는 쿨하게 여의도를 떠나 스타트업 업계로 가버렸다. 정치 말고도 잘 먹고 잘살 길이 널려 있는 자들의 본능적인 도피다.

생존을 위해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뜯는 굶주린 늑대 무리와, 주인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다 배가 부르면 사냥을 포기하는 혈통 좋은 사냥개의 싸움이다. 애초에 승부가 되는 게 신기했을지도 모른다.

과거엔 그래도 국민들이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경력이나 삶을 돌아봐 우파를 찍어준 덕분에 조금은 승부가 가능했던 거 아닐까 싶다.

근래 우파가 매번 여론전에서 밀리고 진영 싸움에서 박살 나는 이유는 그들이 덜 똑똑해서가 아니다.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원오의 빈틈없는 정치 이력서는, 잃을 게 없는 자의 독기와 언제든 도망칠 곳이 있는 자의 나약함이 맞붙었을 때 벌어지는 이 정치판의 잔혹한 결말을 가장 투명하게 증명해 주고 있는 것 아닐까 잡생각을 해본다.